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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여성을 변론한 김수정 변호사가 말하는 '아주 오래된 유죄'[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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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지영

작성일21-02-07 16:10

제 목20년간 여성을 변론한 김수정 변호사가 말하는 '아주 오래된 유죄'[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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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간 법정에서 여성을 변론해온 김수정 변호사(51)는 역설적이게도 “법정에서 싸우는 여성들이 줄어드는” 사회를 꿈꾼다고 했다.

소송에선 전 생애,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여성이 겪는 고통의 현실이 낱낱이 드러난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일이고, 승패가 있다. 피해자는 고통스럽고 긴 세월을 참고 견뎌야 한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지향 사무실에서 만난 김 변호사는 “사회에서 해결해보려고 하다가 포기하지 않고 최후의 싸움을 끝까지 해보겠다면서 하는 게 법정에서의 마지막 싸움”이라며 “물론 스스로를 구제하려는 것이고, 그것이 세상을 바꾸기도 하지만 법정에 오지 않고 해결되는 게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그가 펴낸 책 <아주 오래된 유죄>에는 디지털 성범죄와 아동·청소년 성착취, 가정폭력, 호주제, 배드파더스, 이주여성, 낙태죄, 미혼모, 대리모, 미군 기지촌 위안부까지 여성 인권의 투쟁기가 기록돼있다. 법정에서 여성을 위한 변론을 해온 김 변호사는 “법정에서 싸운 여성들과, 그를 도운 변호사들을 대표해 글을 썼다”고 말했다. 소송 과정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공유해야 더 나은 미래가 있다는 생각으로 책을 쓰게 됐다고 했다.

“왜 하필 여성만이 난자를 배출하고 자궁이 있단 말인가. 여성의 몸, 여성의 자궁, 여성의 출산 능력은 경외의 대상이면서도 왜 이리 하찮게 취급되는가.” 책의 한 구절처럼 그가 섰던 법정에서는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다움’을 추궁한다. 국가가 법을 통해 임신과 출산을 하는 여성의 몸을 통제하기도 한다.

한국의 여성 인권은 20년 전과 비교하면 나아졌을까. 김 변호사는 “양적인 변화는 있다”고 했다. 그가 변호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법정에 가면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여성 변호사가 드물었지만, 지금은 판사도 검사도 변호사도 여성인 법정이 있다. 남성이 좌우하던 법조계 문화가 조금씩 달라졌다. 사적 공간에 머물러있던 여성들이 공적 공간으로 나오면서 생긴 변화다.

그러나 ‘질적’으로는 오히려 악화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 위기에서 돌봄 책임이 과도하게 여성에게 지워지면서 일을 그만두거나, 여성들이 몰려있는 콜센터나 서비스 직종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질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여성 인권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은 ‘착시’라는 것이다.

조두순이나 조주빈을 악마화하고 강하게 처벌한다고 여성 인권이 한순간에 개선되지는 않는다.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법정에 오는 피고인들은 평범한 남성들이다.

“불법촬영은 물리적인 폭력이 없었다는 이유로 처벌이 약했어요. 피해자는 죽을 만큼의 고통을 호소하는데 법의 처벌은 너무 솜방망이죠. 응보(범죄에 대한 정당한 보복을 가함)와 위하(위협을 통해 범죄를 예방)도 필요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야 해요. 처벌했다고 끝난 게 아니라, 더 중요한 건 ‘일상’의 변화거든요.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성평등 교육을 위해 엄청난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죠. 한 사람 처벌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게 아닌데도요.”

그는 책 에필로그에 “요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책의 후기로 이 말 외에 아무것도 쓸 수가 없다. 여성을 위한 변론은 끝나지 않았다”고 적었다. 정부가 임신중지(낙태) 처벌을 유지하는 개정안을 낸 상황에 김 변호사는 “변호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딸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절망적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은 대립 구도가 아니라고 했지만 국회 공청회는 과거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헌재 결정 이전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논의의 장에서 왜 헌재 결정 전보다 더 못한 이야기를 우리가 듣고 있어야 하는가, 화가 나더라고요.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다는 것을 정부와 국회가 솔직하게 인정하고 올해 안에 개정을 못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법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면 좋겠어요. 66년 만에 법을 바꾸는 것인데, 최소한의 노력도 안 하면서 죄를 만들어서 여성을 통제하고, 협박하고, 모욕을 주려 하는 것은 용납이 안 돼요.” 성매매나 장애여성 등 책에서 다루지 못한 이슈들도 남아 있다.

여성을 위한 김수정 변호사의 변론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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